최근 헌법재판소는 환자가 미리 의료인 등에게 연명치료 거부 또는 중단에 관한 의사를 밝히는 등의 방법으로 죽음에 임박한 상태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연명치료의 거부 또는 중단을 결정할 수 있으며, 이는 헌법상 기본권인 자기결정권의 한 내용으로서 보장된다고 하였다. 그런데 환자가 의식이 없고 사전의료지시서와 같이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명백하고 확신을 주는 증거’가 없는 경우에 있어서도 과연 자기결정권을 치료거부 내지 치료중단의 근거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는 특히 연명치료 중단의 경우처럼 의사능력이 있다가 이를 상실한 경우뿐만 아니라 영ㆍ유아와 같이 처음부터 의사능력이 없는 경우에도 문제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치료거부는 종교적 이유로 수혈을 거부한 경우에 주로 문제되어 왔으나, 1990년 연방대법원은 Cruzan 판결에서 처음으로 헌법상 치료거부권이 자기결정권과 신체의 불훼손권에 의하여 인정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자기결정권은 자신의 운명 내지 삶에 관한 중대한 사항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의사능력이 없는 환자의 경우에도 치료중단의 근거를 자기결정권으로 볼 것인가에 대하여는 견해가 대립한다. 이는 결국 기본권 보유능력과
기본권 행사능력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자기결정권과 같이 기본권 주체에 의하여 직접 행사되어야 하는 기본권의 경우에는 그 주체가 의사능력이 없어서 기본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 기본권 보유능력도 인정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환자의 의사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치료거부권의 근거를 자기결정권에서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기본권을 행사하는 능력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 신체의 안전성 내지 신체의 불훼손권을 헌법상 근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역시 절대적 기본권은 아니며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