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처럼 진실성만 있으면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으로 하게 되면 상당성과 관련하여 위법성조각사유설은 근본적으로 타당하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위법성 조각사유설은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으므로 해당 표현행위자에게 그 적시되는 사실의 진실여부를 확인할 의무는 없는 것이고 따라서 확인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과실이란 존재할 수 없는 말이고, 따라서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이러한 과실은 조각된다는 말 역시 애시당초 존재할 수 없는 말로서 이러한 상당성은 언론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상 요청에 의하여 판례이론으로써 진실성을 확장하여 위법성 조각사유로서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상당성의 판단은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따르게 되므로 상당성의 판단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인 것이다. 과실의 기준이 되는 주의의무위반이 행위자 자신의 능력을 기준으로 판단된 것은 아닐지라도 당해 행위자의 직업, 연령 등을 고려하여 행위자가 속하는 집단의 평균인을 기준으로 하여 당해 행위시점에서 그러한 주의의무의 위반에 대해 행위자에 대한 비난이 가능할 때에 비로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주관적인 것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사실조사에 있어서의 주의의무위반과 추론작업에 있어서의 주의의무위반 여부의 판단 즉 상당성 판단은 고의과실의 문제에 해당된다. 물론 위법성의 판단도 ‘주의의무위반’에 의하긴 하지만 이때의 주의의무위반은 객관적인 것이므로 상당성의 판단을 위법성 판단의 문제로 볼 수는 없다.
명예권은 생명권, 소유권 등의 전형적인 절대권과는 달리 그 침해의 결과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일정한 법익침해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행위가 위법하다고 평가하는 결과불법론 보다는 행위자체가 법질서에 반할 때 위법하다고 평가하는 행위불법론이 명예훼손 불법행위에서는 보다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이 경우 법질서는 구체적인 실정법 질서만을 의미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민법 제2조 신의성실, 권리남용금지 등의 위반도 포함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으로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까지 모두 위법성으로 포섭하게 된다면 해당 언론사의 기자들로 하여금 지나치게 과도한 주의의무를 부담시켜 표현의 자유를 사실상 형해화 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