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협력업체 간의 상생 및 동반성장은 국가 경제의 경쟁력 제고 뿐만 아니라 사회 공동체의 활력과 번영을 이루는 중요한 토대인 까닭에 이를 둘러싼 많은 사회적 논의가 있어 왔다.
최근에 등장한 초과이익공유제 등의 주장은 이러한 논의 중의 대표적 사례 중의 하나인 바, 아직까지 시장경제와 법치주의의 틀 속에 구체적으로 왜, 그리고 어떻게 자리 잡도록 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이 글은 법적인 관점에서 동반성장이나 초과이익공유의 이념이 타당한가, 만일 그렇다면 그 동반성장의 책무는 누구를 상대로, 어떤 방식으로 베풀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와의 사이에 영업거래에 따른 반대급부 제공 외에 추가로 어떤 부대 의무를 부담해야 할 경우에는 단지 선언적 책무에서 더 나아가 구속력 있는 규범적 기초가 있어야만 된다. 필자는 기업유지와 활동에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이 계속적, 반복적 거래로 인한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 착안하여 이런 경우엔 양자 사이에 영업상 기속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이것이 하나의 법률사실로서 기속기업, 즉 대기업의 규범적 책무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법률사실로서의 영업상 기속관계는 대기업의 동반성장 협력 의무의 토대가 되지만 다른 한편으론 입장에 따라 매우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의무의 범위와 기준으로 명확히 한다는 측면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책무 인정에 있어서는 정의라는 법적 원칙은 물론 기업의 생산성 제고의 요구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이익을 나눠야 한다면 위험도 함께 나눠야 하고, 보상은 기여한 몫에 상응하여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기업이건 협력업체이건 기업의 생산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종업원 개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논의되는 것처럼 동반성장을 기업 대 기업의 문제로만 접근하게 되면 협력업체의 지배 및 수익배분 구조가 민주적이며 투명하지 못한 이상 설령 대기업이 동반성장에 대한 협력 의무를 이행한다고 하더라도 그 보상의 혜택이 협력업체 종업원들에게 이전되지 않고 누수나 왜곡이 생길 수 있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와 친인척 관계 등으로 거래외적으로 엮여 있는 경우라면 오히려 협력업체 오너 등에 대한 우회적인 부의 편법 이전 수단으로서 동반성장 의무가 악용될 수도 있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협력업체에 대한 직접적 보상은 그와 경쟁적 지위에 있는 다른 사업자들을 불리하게 차별 대우하는 것으로서 경쟁법적 이념에도 맞지 않다.
다양한 협력업체들이 상호 경쟁하는 것은 국민경제를 풍성하게 한다.
그래서 필자는 초과이익공유와 같은 대기업의 책무는 협력업체 보다는 협력업체의 최소 경제구성 주체인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위험부담 없는 결과배분주의의 비합리성을 지양하면서 자기 책임 하에 자율적으로 차등 보상체계를 보완해 나갈 수 있는 구체적인 방식으로서 제3자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를 명문화하고 있는 상법 제542조의 3 및 동법시행령 제9조 제1항에 협력기업을 관계회사로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우리사주조합에 관한 근로자복지기본법 제29조에 대한 개정을 통해 협력업체 종업원들에게도 대기업의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다.
이런 대안은 정의의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의 자발적 협력을 견인하게 될 것인바, 이를 통해 기업 입장에서는 숙련된 노동력에 대한 안정적 고용을 통한 생산적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사회적으로는 양극화에 따른 자산 간극의 심화를 줄이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의 근로계층 내에서의 분절현상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