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조력자살은 포괄적으로 금지된다. 우리 형법은 절대적 생명보호 원칙을 전제로 하여 자살방조죄의 범죄구성요건을 두고 있다. 하지만 조력자살의 포괄적 금지에 부여된 정당성은 최근 삶과 죽음에 관한 자기결정권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즉 심사숙고하여 자기 책임 하에 결정한 환자의 죽음의 의사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이로 인해 오직 환자의 이익을 위해 선의로 환자를 도와준 제3자에 대한 가벌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이러한 조력자살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제시되는 해석론은 다양한 위법성 내지 책임 조각사유들 중에서 무엇을 적용하여 타인의 자살에 조력한 제3자의 가벌성을 탈락시킬 것인가에 주력한다. 그러나 해석론을 통한 문제 해결은 무엇보다 조력자살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체계를 전제로 할 때 관철되기 어렵다고 하겠다.
해석론에 이어 가능한 해결방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 입법자의 결단을 통한 조력자살의 합법화, 즉 입법론이다. 이 때 안락사로서의 조력자살의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한 네덜란드와 미국 오리건 주의 안락사법에 대한 고찰은 조력자살의 허용과 관련하여 올바른 입법방향이 어떤 것인지 또한 반드시 검토해야 할 쟁점들이 무엇인지를 시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이러한 외국법제를 본받아 조력자살의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온전히 우리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우리는 과연 조력자살을 합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여건들이 마련되어 있는가를 우리 현실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진단해나가야 한다.
동시에 조력자살을 합법화를 위한 전제조건들이 충족되었다는 가정 하에 입법을 추진한다면 어떤 요건과 절차를 통해 조력자살을 허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와는 정신적, 문화적, 의료환경적 배경이 다른 외국의 입법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규범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한편 조력자살행위의 오남용을 막아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현실과 국민의 정서를 고려하여 엄격한 조력자살의 허용 요건과 절차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