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요지≫
항공물건운송인의 손해배상액을 규정한 상법 제915조는 그 규정체계에서 보
나 이를 제한하는 정책적 이유에서 볼 때, 민법상 채무자의 손해배상액을 규정
한 민법 제393조에 대한 예외규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항공물건운송인의 연착
(delay in delivery)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에 대하여 상법 ‘항공운송’편은 육상물
건운송인과 해상물건운송인의 경우와는 달리, 정액배상주의의 특칙을 두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연착에 따른 손해를 어떠한 조건과 어느 범위에서 배상하도록
할 것인지에 관하여 논의를 필요로 한다.
아울러, 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은 상법상 정액배상주의에 의한 책임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통상손해는 물론이고 특별사정으로 인한 특별손해까지도 포함되
는가, 여기에 영미법상의 예견가능성의 원칙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가 하는 의문
이 있다. 왜냐하면, 상법은 육상물건운송인과 해상물건운송인의 손해배상액에
관해 특칙을 두어 운송물의 멸실ㆍ훼손 또는 ‘연착’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특약이 없으면 통상의 손해의 정도에 그치고,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에 대
하여는 운송인이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도 이를 배상할 책임이
‘없는’ 것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착으로 인한 책임의 범위를 검토한 결과 통상손해는 없고, 특별손해
만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운송물 연착에 대한 항공운송인이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은 통상손해 이외에 특별손해를 제외시켜 버린다면, 운송인은 연착
으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전혀 부담하지 않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는 육상운
송과 해상운송에 있어서 정액배상주의에 의하여 운송인이 운송물품이 인도되어
야 할 곳 및 때에서의 시장가격과 그 이후 특정 장소에서 실제로 인도된 때의 시
장가격과의 차액이나마 통상손해로 배상해야 하는 것과 대조하면 지나치게 운송
인을 보호하는 결과가 된다.
생각건대, 특별사정으로 인한 특별손해는 예견가능성이 존재하는 한 운송인의
연착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본다. 항공운송 실무
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운송인이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도 이를 배상할 책임이 ‘없는’ 것으로 하고 있다. 요컨대, 운송물 연
착에 대한 항공운송인이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은 통상손해는 본질적으로 그 범
위에 속하지 않는데다 예견가능한 특별손해마저 배상하지 않는다면, 상법 제
914조의 규정은 사문화된 규정으로서 그 존재의의를 상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