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요지≫
의료행위나 의생명과학연구에 있어서 자율성 존중의 원칙은 환자나 피험자의
동의를 통해 실현되며 동의의 취득뿐 아니라 철회까지 연결된다. 동의 철회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를 연구자 입장에서 보면 연구중단. 변경과 같은 상황을 발
생시켜 연구를 매우 불안한 상황에 놓이게 할 것이며, 연구자의 자유는 환자 혹
은 피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과 충돌되게 될 것이다. 특히, 대량의 인체유래물과
역학정보를 인체유래물은행에 보관. 관리하는 인간유전학연구는 개인이 아닌 집
단의 특성을 다룰 수 있으므로, 한 개인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가 문제시
된다. 인체유래물과 역학정보에 대한 폐기요청의 이론적 근거는 자율성 존중의
원칙과 사생활 비밀 보호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삶과 신체의 처분에 대하
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가지게 되고 법적으로는 자기결정권이라는 권리로 연
결된다. 인체유래물과 역학정보는 자기결정권이 인정되는 대상이며 동의가 필요
하듯 폐기의 요구도 가능할 것이다. 또한 개인의 정보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정
이 없는 한 비밀이 보장되어야 하며 이 두 가지 이론적 근거는 <생명윤리및안전
에관한법률>과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뉘른베르크 코드에서도
연구에서 이탈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 규정하였고, 오늘날 연구윤리에서 중요하
게 다뤄지고 있다. 연구로부터 이탈함에 따라 제공되었던 인체유래물과 역학정
보의 폐기의 범위 및 그 기준을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이를 법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어느 정도의 법적 규율이 적절한지 또 어떠
한 방식으로 규율 할 것인지는 의생명과학의 실제 수행과정과 그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는 판단이 쉽지 않고 생명과학연구가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며 어느
방향으로 진행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법적 규율의 어려움은 더할 것이다.
자기 결정권의 존중과 사생활 비밀을 보호 그리고 연구 진행의 이익을 모두 고
려되어야 하고 경우에 따라 인체유래물과 역학정보의 폐기권은 제한 될 수도 있
을 것으로 생각된다. 법적 규율 또한 변화하는 의생명과학연구의 현장을 충분히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