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Ⅰ. 머리말
Ⅱ. 우리나라에서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 몰래 한 녹음의 법적 규율
Ⅲ. 미국에서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 몰래 한 녹음의 법적 규율
Ⅳ. 맺음말
[국문요지]
대화나 통화를 하던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 몰래 녹음을 하고 이를 공개하는 일이 다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인터넷 언론사의 기자가 공적 인물과 여러 차례에 걸쳐 사적인 통화를 하면서 몰래 녹음을 하고 이를 지상파 방송국의 시사프로그램에 제공한 사례와 임성근 부장판사와 대법원장이 사표수리 거부를 둘러싼 진실공방을 벌인 사례가 그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에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한국 스마트폰도 애플 아이폰처럼 통화 녹음 기능을 삭제하거나 최소한 경고음을 넣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고, “대화 참여자는 대화 상대 모두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하였다.
우리 대법원은 대화나 통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 몰래 상대방과의 대화나 통화를 녹음하는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으로써 동법이 이른바 “일방 당사자 동의법”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 왔다. 한편 미국의 연방법은 감청을 하는 사람이 대화의 당사자이거나 대화의 당사자들 중 한 명이 감청에 동의한 경우에는 감청이 적법한 것으로 보는 ‘일방 당사자 동의법’을 채택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 내 주들 중 약 38개 주와 콜롬비아자치구(District of Columbia)는 연방법과 마찬가지로 ‘일방 당사자 동의법’을 채택하고 있는 반면에 약 14개 주는 ‘쌍방 당사자 동의법’을 가지고 있다. 러빈 조(Rauvin Johl)에 의하면, ‘일방 당사자 동의법’을 채택한 주들이 이 원칙을 택한 이유는 크게 3가지, 즉 (1) 법 규정의 문리해석 (2) 경미한 법익침해 및 (3) ‘사회적 필요’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에 쌍방 당사자 동의법을 채택한 주들은 일방 당사자 동의법을 채택하게 되면 개인의 통신의 비밀 내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사회적으로 유용한 의견교환에 장애가 되며, 영장제도가 무력화된다는 점 등을 우려한다.
만약 상대방 전원의 동의를 얻지 않고 녹음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여 처벌하는 경우에는 회사 내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직장상사의 성희롱, 장애인 보호시설의 학대행위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중대한 공적인 관심 사안을 일반인에게 정확히 알릴 수 없게 된다. 대화나 통화를 한 사람은 자신이 상대방에게 한 말이 제3자에게 전달되거나 공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말한 사람은 그 말이 또 다른 다른 사람에게 누설될 것을 예상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그 위험은 스스로 감수해야 한다. 반면에 상대방 몰래 한 녹음이 많은 사례에서 진실을 밝히는 자료로 활용되어 왔다. 따라서 “쌍방 당사자 동의법”을 채택함으로써 보호가치가 적은 상대방의 주관적 기대를 보호하기 위하여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녹음을 형사처벌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