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어린이용 물티슈, 섬유탈취제, 방향제, 치약, 화장품, 영수증 등 여러 생활용품에서 검출되는 유해 화학물질이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신문기사는 유명 회사에서 출시하는 유아·아동용 제품들에서 유해물질이 과다 검출되었다고 보도하였다. 특히 내분비계 교란물질인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어린이용 모자, 단화, 욕실화 등에서 적게는 기준치의 162배, 많게는 442.8배나 검출되었다는 기사는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는 이미 1990년대에 일명 환경호르몬이라 불리는 내분비계 교란물질의 유해성 논란을 경험하였다. 플라스틱, 살충제, 세제, 컵라면 용기, 금속 캔의 내부 코팅소재 등에서 내분비계 교란물질이 광범위하게 발견되기 시작했고, 이 물질들이 생물체 내에 흡수되어 호르몬이 관여하는 내분비계에 혼란을 일으킨다는 점이 밝혀졌다. 이후 내분비계 교란물질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이 물질들의 규제방안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나라마다 유해성을 인정하는 기준이 달리 설정되어 규제의 목록과 강도는 나라별로 차이가 난다. 세계적으로 합의된 내분비계 교란물질 목록은 아직도 존재하지 않지만, 각 나라마다 특정 물질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여 가는 경향은 분명히 드러난다.
내분비계 교란물질의 규제에서는 개별 물질의 사용을 규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 물질들을 사용하여 생산되는 공산품을 규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까지는 주로 성인을 기준으로 만든 화학물질 및 관련 제품의 관리기준을 갖고 있어, 화학물질 노출에 더욱 취약하고 위험 대처 능력도 미흡한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성인 기준으로 설정된 일반 공산품과는 구별되는 유아나 아동에 맞는 기준 마련을 위해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은 여러 법에서 산발적으로 규제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했다. 「어린이제품 공통안전기준」을 통해 유해물질, 특히 내분비계 교란물질의 규제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였다.
이 연구는 현재 내분비계 교란물질이 어떻게 규제되고 있으며, 이 물질들이 제품 생산에 있어서, 특히 어린이용품 생산에 있어서 어떻게 규제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내분비계 교란물질의 규제는 계속적 연구를 통해 그 유해성이 밝혀지면 그 생산 및 사용의 규제 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 물질의 유해성이 입증된 경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안정성이 확보된 다른 물질을 개발하려는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U지침에서 볼 수 있듯이 제품의 생산과 관련한 규제는 수입과 수출과 관련한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어 제3국에도 영향을 미친다. EU지침은 지침이 정하는 기준을 충족시킨 상품에만 CE표시를 붙이도록 하고 있고, 이 표시가 없는 상품은 유럽시장에 반입 및 판매할 수 없도록 정해 놓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은 우리의 규제기준을 마련하는 데 시사점을 준다.